2008년 09월 30일
다우지수 20년 vs. 100년

19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 이후 최악의 장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미 여러가지 의미로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증시가 오매불망 지켜보던 것은 잘 아시다시피 지난 일요일 백악관과 미 의회 수뇌부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7천억 달러 구제책에 대한 하원의 표결 결과였지요. 결과는 찬성 205표 대 반대 228표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일거에 뒤엎는 것으로 드러나버렸습니다. 2주전 금요일의 루머로 시작하여 지난 한 주 동안 지루한 관망세를 연출한 7천억 달러 구제안 (정확히는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 경제안정을 위한 긴급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를 남겨놓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표결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며 법안통과 이후의 행보에 대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던 증시는 그야말로 패닉으로 치달았습니다.
사실 어제 일요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에 지난 금요일 마지막 한 시간동안 기대에 부푼 다우지수 120포인트의 랠리를 오늘 오전 개장 시점에서 반납할 것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주말동안 유럽에서도 Fortis 라는 수익기준 세계 20위의 금융기관에 대해 벨기에 정부와 룩셈부르크 정부가 구제안을 단행했고, 영국에서도 영국 2위의 모기지은행 Bradford & Bingley 에 대한 영국정부의 400억 파운드 (900억 달러)의 지원을 통한 국유화작업이 시작되면서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의 확산에 맞서 달러화 유동성을 대폭 공급할 것을 부랴부랴 결정하면서 위기확산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가 하락폭을 3% 수준까지 늘렸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 주일 이상을 끌며 자칫하면 양치기 소년 꼴이 될 수도 있는 구제안의 방향에 대한 짜증이 섞여있기도 했지요.
게다가 일요일 저녁 백악관과 합의가 도출된 세부조항에 총 7천억달러 중 2500억달러가 우선적으로 승인되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1000 억달러까지 추가로 요청할 수 있으며, 나머지 3500억달러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친 후 시행한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애초에 폴슨 재무장관을 통해 알려진 7천억 달러의 일시투입 계획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데 대한 실망감도 반영되었습니다. 여기에 7천억달러 기금조성에 해외자본을 배제시킨다는 내용과, 규모가 작은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번 구제안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조항이 확인된 것 역시 오전 장중의 3% 하락에 일조했던 요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패닉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는데, 워싱턴 발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C-SPAN의 국회 생방송(워싱턴 정가, 국회 전문 케이블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뉴욕 증시는 지루한 여야간의 표결전 모두연설이 마감된 이후 개표결과가 발표되는 오후 1시 40분경 5분간의 정적끝에 예상과 달리 초반의 박빙이 반대표에 의해 점점 증가해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폭락선을 타기 시작, 다우지수 702 포인트까지의 하락을 연출하고야 말았습니다. 이후의 증시는 걷잡을 수 없는 패닉상태에 경도되어 20분꼴로 다우지수 400포인트가량의 등락을 오간 후 장 마감 30분을 남기고 패닉 탈출을 시도했으나 다시 하락해 상승 모멘텀을 완전히 상실한 모습만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다시금 오늘 성적을 곱씹어 본다면 다우지수는 777 포인트 하락해 다섯자리에서 365포인트만을 남겨놓고 6.98%가 하락앴으며 1987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인 S&P 500 지수는 1,100 선을 간신히 사수한 채 1,106 포인트에 머무른 8.79% 의 하락을 보였습니다. 장중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가 애플 社의 향후 수익전망을 종전 예상치보다 35% 하락시킨 악재가 겹친 나스닥 지수는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이라 할 수 있는 2,000 선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1,983.73 으로 마감, 9.14% 라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하락을 무색케 할 만큼의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오전 장만 하더라도 증시에서의 불안감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금 선물에 몰리던 투자 움직임도 결국은 전세계적 경기침체 및 수요감소의 불안감에 의해 온스당 11불 가량의 하락을 보이며 후퇴했으며,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유가선물 역시 배럴당 10불 이상의 하락을 보인 끝에 배럴당 96불 선으로 내려앉았습니다. 10년 만기 재무채권 수익률 역시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하며 길다란 하락캔들을 만들어냈고 변동성지수는 무려 46.72포인트를 마크해 2002년 7월 WorldCom 이 파파산 선고했을 때 기록한 48.46 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장에서 유일하게 폭락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수로는 달러화로서 오히려 소폭 상승해 77.57 포인트를 기록하며 5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월요일의 폭락세에 대한 커버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달러화 유동성공급 발표에 따른 것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한편 오늘 부결된 긴급 구제금융 법안은 부결되기는 했지만 찬성표가 전체의 2/3을 넘은 관계로 여전히 의회 통과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법안 자체가 부결된 이후 이 결과를 유보하고 다시 상정할것인지를 묻는 투표에서는 하원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를 시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월가를 살리기 위해 Main Street 를 우선 희생시키고 봐야 한다는 아젠다가 법안 전체를 관통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미 금융이나 경제의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바, 법안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등의 전격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1960년대 이후의 미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축약판으로서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부각될 수도 있는 만큼, 증시가 원했던 즉각적이고 빠른 조치를 기대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오늘 오전 표결이 진행되기 전 의회 앞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등장해 월가의 토사물을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처리해야 하는 법안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으며, 주요 언론에서는 이를 성난 민심과 함께 연결시켜 보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지난주말 합의안을 박차고 나온 맥케인 공화당 후보는 이로서 민심을 등에 업었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 됐습니다. 물론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오늘 7천억달러 구제안이 부결됨으로써 오늘 하루에만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규모 7천 4백억달러가 증발해버렸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요즈음의 증시가 아무리 펀더멘털과 당분간 동떨어진 채로 뉴스에만 의존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술적 분석에 초점을 둔 애널리스트들에게 있어서 오늘과 같은 하락장은 바닥을 전망해 보기에 매우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굳이 차트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나스닥 9%와 같은 단일 하락장은 쌍바닥을 동반한 단기 V 자형 급반등의 예후로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이는 듯도 합니다. 실제로 이미 40년 차트의 지지선이 무너져서 아무런 기술적 조언을 제공하지 못함과 동시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상승 모멘텀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나스닥 지수를 제외하고 여전히 지지선이 살아있는 다우지수의 100년 차트를 통해 일전에 다우지수 다섯자리가 무너지는 지점에 100년 지지선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9,107 선에 걸쳐져 있지요. 일부 애널리스트들 역시 이와 상응하는 S&P 500 지수의 역사적 기술적 지지선이 받쳐지는 지점을 975 포인트 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우지수 차트를 1987년의 리세션 직전 고점을 기준으로 저항선과 지지선이 교차한 20년 차트로 축약해보면 오늘의 저점이 이 지지선과 만나는 그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즉, 기술적으로는 단기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20년 차트에서 저항선과 지지선의 교차지점이 100년 차트에서 1930년대 대공황 직전의 꼭지에서 출발한 지지선과 만나는 점 역시 예사롭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저점 부근에서 일종의 단기적 바닥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네자리 다우지수가 9000 선은 무너뜨리지 않기만을 바라봐야 할 듯도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적 분석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착실한 위기관리를 통한 상승 모멘텀 축적이라는 조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매 순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주식시장에서는 하락이후 반등, 상승이후 하락이라는 사이클이 무수하게 반복되는데, 하락 후 반등하기 위한 여력은 평소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통해 쌓아올리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연준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과 같은 것들이 이러한 영역에 해당되는데, 상승해야 할 자리에서 박차고 올라갈 수 있는지 여부는 이러한 매 순간의 위기관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한 평가와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위기관리의 효용성에 대한 확인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가치로서 평가되는 주가의 현재 위치도 여전히 비교적 높게 자리매김된 것이라는 분석이 끊임없이 나오기에, 역사적 경험을 통해 오늘과 같은 자리가 반등의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반등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변죽만 울린 7천억달러 구제책으로 김이 팍 새버린 금융시장이 월가 5대 투자은행들에 이어 다음 희생자 사냥에 나서면서 누가 그 주인공이 되는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기도 합니다. 구제책을 통해 정부의 도움을 빌리지 못할 것이라면 무너질 기업들을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벼랑끝으로 몰아넣으며 금융당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한 금융주에서의 후보는 National City 은행과 Sovereign 은행이 있는데 이들 주가의 움직임은 JP Morgan Chase 에 넘어가기 직전의 워싱턴 뮤추얼의 모습과 유사한 WaMu 데자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3개월 리보금리와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간의 차이를 (TED Spread) 오늘 장에서 3.4% 이상 벌려놓으며 그나마 여유가 있는 은행들은 보유자금 단속에 나선 상황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은행들이 해외자본 및 정부지출을 제외하면 돈줄이 없다시피 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Repo 시장에서는 거래되는 국채의 물량이 희귀해지고 있음을 나타내며 은행끼리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이자율이 연준의 기준금리인 2% 보다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지난 3월 JP Morgan Chase 의 베어스턴스 인수발표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확인되는 신용시장은 여전히 위기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녁 시간에 워싱턴 쪽에서는 의회가 보다 개선된 구제안을 조속히 정리하여 다시 통과시킬 것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의회에 목을 맨 지 삼주째가 되어가고 있는 뉴욕증시에게 새롭게 법안이 통과된다 할지라도 과연 애초에 기대했던 대로 금융위기가 일시적으로나마 안정화되는 그림을 목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 미 증시를 알면 시장의 중심에 설수 있다 ] www.CNSinfo.com
# by | 2008/09/30 10:39 | Market New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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